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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탐사대, '더글로리'실화판, 12년의 학교 폭력 고발

by 해시 see in the sea 2023.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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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2일에 방송된 실화탐사대를 뒤늦게 접했습니다. 얼굴을 가리지 않고, 목소리를 내어 12년 학교 폭력을 공개적으로 고발한 표예림 씨의 이야기에 피가 거꾸로 솟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고통의 세월을 도대체 어떻게 견뎌낸 걸까. 도대체 어떻게 그 시간들을 살아낸 걸까.

 

실화탐사대라는 한국 방송에서 12년동안 당한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한 여성이 인터뷰에 응하기 위해 어두운 무대로 나가고 있는 장면입니다.
실화탐사대, '더글로리'실화, 12년 학교폭력의 생존자

 

스스로를 학교 폭력의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칭한 예림씨의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재난처럼 일어났던 그 오랜 학교 폭력을 무기력하게 당하며 그녀의 영혼은 점점 죽어갔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남아' 피해를 공개적으로 고발하는 예림 씨에게, 응원과 지지의 마음을 보냅니다. 

 

학교 폭력의 또다른 피해자, 부모

부모님께 알려지는 것이 학교폭력을 당하는 것보다 더 싫었다는 예림 씨의 말에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저도 자녀를 가진 부모로서.. 제 자녀가 만일 그렇게 학교폭력을 당하면서도 제게 알리지 않는다면 어떨는지.. 아마도 억장이 무너져도 몇 만 번은 무너지는 기분일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녀의 부모님들의 인터뷰 장면을 보니 말문이 막혔습니다.

 

소중하고 귀한 내 딸이 그런 폭력을 12년간이나 당하고 있다는 사실에 말을 잇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이 남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학교 측에서 전혀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너무 황당하고, 배신감 마저 느껴집니다. 정말 드라마 '더글로리'보다 현실이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될 뿐이었습니다.

 

강인한 생존자 '예림씨'

어쩌면 예림 씨는 정말로 강인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타적이고, 선량하고, 나이에 비해 무척 조숙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단단한 내면을 가졌기에 당당한 '생존자'로서, 오늘날의 예림 씨가 있는 것이 아닐는지 생각해 봅니다. 제가 만약 표예림 씨와 같이 12년을 학교폭력을 겪었었다면, 저는 아마도 '생존자'가 아닌 '희생자'로 죽었거나 겨우 숨만 붙어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학폭의 피해자들이 숨을 죽인 채 '희생자'로 살아가고 있을지는 않을는지요. 가슴이 아픕니다.

 

내성적이라서?

내성적이라는 이유로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너무나 이해되지 않습니다. 폭력의 가해자들이 목표물을 정하는 데에 무슨 논리나 당위성 따위가 있겠습니까. 그저, 정말 재난처럼 일어나는 일이 학교폭력이 아닐까요. 제발 피해자들에게 '너는 잘못한 것 없었니'라는 무지성 발언으로 피해자의 영혼을 두 번 죽이는 2차 가해는 없어져야 할 것입니다. 

 

학교 폭력의 가해자들

폭력을 가하는 그들의 심리 따위 알고 싶지는 않지만, 그들과 같은 부류와도 섞여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기에 그들에 대해 좀 더 잘 알고 영리하게 대처하는 법을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림 씨의 동급생들, 즉 학교폭력의 목격자들이 보낸 수많은 진술서들과 실제 인터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부인하고, 미용사, 운동 강사, 게다가 응급처치요원이라는 아이러니한 직업을 가지고 잘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보니 또 한 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학폭 사실을 전면 부인하는 한 가해자의 전화 인터뷰를 듣고, 기절할 듯한 복통에 급기야 응급실에 실려가는 예림 씨를 보며, 그러한 그녀의 반응이 너무나 당연해 보여서 슬플 지경이었습니다. 저도 이렇게 분노가 치미는데 당사자는 오죽할까요. 

 

학교 폭력의 또 다른 가해자들

학교, 학교, 학교! 도대체 학교와 교사는 왜 존재합니까. 같은 학생들도 아니고 어른이자 '제2의 부모'인 당신들은 왜 예림 씨를 외면하고, 예림 씨에게서 원인을 찾는 발언으로 그녀의 가슴에 두 번 망치질을 해야 했습니까.

 

한국의 공휴일 중 '근로자의 날'에 교사는 학교를 쉬지 않습니다. 교사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가진 특수한 목적성이 당신들의 권위를 세워준다는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그 권위는 당신들이 교사로서의 윤리의식을 갖고 그것을 실행할 때에 힘을 가지는 것입니다. 더 이상 학폭의 현장을 외면하는 교사가 생겨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학교 폭력의 방관자, 그리고 목격자들

내가 타깃이 될지도 모르기에 그 폭력의 현장을 묵인했던 방관자이자 목격자들, 바로 같은 반 동급생들입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 안타깝습니다. 왜 방관만 했느냐고, 왜 누구도 나서지 않았냐고 덮어두고 비난만 할 수가 없습니다. 그 교실을 감도는 '공포'와 '불안'에 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용기를 내는 순간, 가해자들의 또 다른 목표물로 설정될 수 있을 위험이 그들의 눈과 귀를 막았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를 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방어자'가 되어야 한다는 실화탐사대 방송 속의 한 변호사님의 말에 동감합니다. 학교 폭력의 현장에서 '방관자'가 되지 않으려면, 구체적으로 '방어자'가 될 수 있을만한 방법과 기술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교육자들은 그러한 방법론에 대해 연구하고 교육해야 할 것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방어자로서 연대하고, 학교폭력이 일어날 수 없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표예림 씨, 그리고 그녀와 같은 생존자분들께

예림 씨, '10대의 나'와 '20대의 나'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하셨던 말씀을 기억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가 없다는 말씀에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용기를 내어 카메라 앞에 선 행동에 찬사를 보냅니다. 자신을 의심하지도 말고, 자책하지도 말고, 자신을 아끼며 앞으로의 인생을 당당하게 잘 살아가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마음의 상처들은 쉽게 회복되지 않는 다는 것을 압니다. 수많은 불면의 밤들이 예림씨를 괴롭힐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픕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많은 난관과 고비들을 잘 극복해나가실 것을 믿어요. 강인하고 단단한 내면의 아름다운 가치를 소중하게 간직하고 계신 예림씨, 지지하고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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