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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힘든 이유 '아이 기질에 따른 효과적인 육아 방법'

by 해시 see in the sea 202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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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나는 기질, 만들어지는 성품

자녀를 키우다 보면 때때로 벽에 부딪힌 듯한 좌절감을 맛볼 때가 있습니다. 초보 양육자라면 그 좌절감은 더욱 클 것입니다. 자녀가 이미 성인인 분들도 공감하실 것 같지만 자녀 양육에는 어떤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아이들이 지닌 공통점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아이들의 기본적인 특성들을 잘 이해한다면 분명, 성공적인 자녀 양육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양육자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맺으면 자녀들이 좋은 성품을 가지고 평안하게 세상을 살아가리라 확신합니다.
 
심리학에는, 아이의 기질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유형을 나누고 이것을 바탕으로 성장 발달을 연구하는 이론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느린 아이'의 세 가지 기질로 유형을 나눌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 유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아이들이 50% 이상, 이 유형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아이들이 나머지 50% 이하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순한 아이 (easy child) 

선물 같은 아이

'순한 아이'는 새로운 환경이나 자극을 대체적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편이며, 가장 많은 비율의 아이들이 이 유형에 속한다고 합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수월한 아이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체로 규칙적인 생체 리듬을 보이고, 주로 긍정적인 정서표현을 합니다. 어떠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이 가능하므로, 양육자는 아이를 돌보는 일이 수월할 것입니다.
 
제게는 남동생이 한 명 있는데, 저와는 달리 어려서 부터 순한 기질을 뚜렷하게 보였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께서는, 제 남동생 같은 아이라면 한 트럭을 데려다 줘도 잘 키울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활동성이 높아 잠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기질이 순하다 보니 잘 먹고, 잘 자고, 잘 노는 밝은 아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순하다는 것의 함정

순한 아이들은 때때로 그 '순함'때문에 부모의 관심을 덜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작은 예를 들자면, 아이가 혼자 누워서 모빌을 바라보면서 잘 노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기저귀가 흥건하게 젖어 있어 불편을 겪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 형제자매 가운데 자란다면 더욱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의도치 않은 애정 결핍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양육자는 늘 아이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세심하게 필요를 살피기 위해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도 상대방의 기분을 생각해 자신의 불편을 쉽게 표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고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아이가 세상을 잘 살아가는데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까다로운 아이 (difficult child)

양육자를 미치게 하는 아이

'까다로운 아이'는 활동성이 매우 높고 강한 호기심을 보입니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양육자의 관심과 상호작용을 끊임없이 요구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양육자의 관심과 손길에 저항하고 스스로 해보려는 강한 의지를 자주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환경 변화에 유독 예민하고, 불편감을 자주 느끼기 때문에 부정적인 정서 표현이 많습니다. 좋고 싫음이 분명하거나 고집이 매우 강한 편입니다.
 
또한 감각이 예민해 쉽게 잠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잠이 쏟아질 때의 자연스러운 현상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저항하기도 합니다. 그 불편감을 짜증과 분노로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양육자는 이 기질의 아이를 편안하게 재우는 데에 엄청난 에너지를 쏟게 될 것이고, 함께 불면증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확실히 키우기 쉬운 기질은 아니지만, 이 아이들이 잘 성장한다면 엄청난 역량을 가지고 무슨 일이든 해내고야 마는 인재로 활약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일을 주도하고 진취적으로 이끄는 리더가 꼭 필요합니다.
 

나의 기질 vs 아이의 기질

기질도 유전이 많은 부분 작용합니다. 모든 기질의 부모님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지만, 특히나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이라면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절실히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만일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났다면, 같은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아이와 심각한 충돌과 대립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꼭 되짚어보시고 해결되지 못한 상처나 트라우마가 마음속 깊이 남아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 상처가 현재의 나에게 얼마큼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아이와의 관계에서 부정적인 작용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성찰해 보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아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며, 내 아이를 안전하게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까다로운 아이에게 독이 되는 것

이 아이들에게 권위주의적 양육 방식은 금물입니다. 호기심이 많은 이 아이들이 무언가를 시도할 때, 안전이 보장되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안돼'라는 말에 반발심을 크게 가지는 편이므로 '안돼, 그렇지만 이것은 괜찮아.'식의 대안을 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다고 '안돼'라는 말을 너무 금기어처럼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분명한 경계와 지침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세부적이고 많은 규칙보다는, 꼭 필요한 규칙안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여유를 두어 주세요. 또한 환경이 바뀌기 전 아이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이 아이가 받아들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짜증을 표현하는 빈도가 점점 적어질 것입니다. 
 
 

느린 아이 (slow-to-warm-up child)

느리게 흐르는 깊은 강

'느린 아이'는 불안이 높을 가능성이 큽니다. 환경이 바뀌거나 새로운 자극이 있을 때 위축되는 편이고, 적응하는 데에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생체리듬은 규칙적인 편이지만, 발달은 또래에 비해 느릴 수 있습니다. 양육자가 놀이를 제시했을 때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 아이들이 만족하고 즐거워할 만한 놀이를 찾는 일이 양육자에게는 커다란 숙제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성장 발달이 또래 아이들에 비해 느릴 수 있습니다. 학습에 있어서도 양육자의 기대만큼 빨리 습득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잘 기다려만 준다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을 해내는 것이 이 유형의 아이들이기도 합니다. 아인슈타인이나 에디슨 같은 천재 과학자들은 대개 '느린 아이'기질을 타고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느리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아이들

느린 아이는 신중한 성격을 타고날 가능성이 큽니다. 신중함에 불안이 더해져서 쉽게 위축될 수 있으므로, 다그치기 보다는 격려해 주고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 아이들은 다그치면 불안이 더욱 높아져 급기야는 얼어버리기 때문에 행동은 더욱 느려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심한 압박은 절대 금물이라는 점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의 자녀 중 한 명은 이 느린 기질을 타고났습니다. 자기의 감정을 알아채는 데에도 느린 이 아이는 때때로 모호한 정서반응으로 저에게 답답함을 줄 때가 있습니다. '모르겠어요.'라는 표현이 주를 이루는 이 아이에게 충분히 기다려 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 순간 절감합니다. 
 
아이의 '모르겠어요.'라는 말을 일관하는 것은 어쩌면, 아주 복합적인 감정이나 수많은 생각을 정리해서 말할 수 있을 만큼, 정서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는, 무엇인가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채는 데에 시간이 단지 많이 걸려서 일 수도 있습니다.
 
신중하고, 불안이 높고, 그리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 아이들은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새로운 대상이나 환경을 접할 때, 그것이 무엇인지 완전히 파악될 때까지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완전히 파악해서 안전하다고 느끼면, 그제야 편안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무엇이든 새로운 것은 단계를 최대한 많이 나누어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시면 아이가 받아들이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글을 마치며

독자님은 어린 시절 위 세 가지의 유형 중 어느 기질에 가까웠다고 생각하시나요? 수십억의 인류를 이렇게 단순하게 분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세 가지의 비율이 섞인 어딘가의 선상에 속하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분명한 건, 기질에는 좋고 나쁨이 없으며, 이 이론은 단지 아이의 기질적 특성을 이해하고 성장을 돕는 데 목적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내 내면에 아직 존재하는 어린아이와 마주하고, 나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서로의 다른 기질로 인해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을 일으켰을지도 모를 가족관계 역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글이 독자님의 고민을 해결하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엔 성품에 대한 이야기로 뵙겠습니다.

 

by 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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